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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 격리중감자칩 2020. 4. 2. 03:51
갑작스러운 사태로 인해 급하게 귀국했다. 내생애 가장 비싼 편도 티켓이 아니었을까;
테겔 공항은 폐쇄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이 많은 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공항에 모이는 사람들의 80% 정도는 마스크와 장갑을 구해 착용하고 있었다.
도하로 가는 비행기의 이코노미 승객이 나 포함 다섯 뿐이라 너무 편하게 왔다. 승무원들이 계속 뭔가를 주고 싶어해서 난감할 지경...사람이 없으니 기내식도 편하게 먹고 세 좌석을 쭈우욱 차지해서 누워서 잤다. 별난 경험이라면 별난 경험이었다.
현재 도하->인천행 비행기가 일주일에 세 번 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8일 새벽에 도착한 나는 20시간이나 대기를 해야만 했다.
하마드 국제공항 내 경유승객의 보안체크에서는 거리두기가 전혀 시행되고 있지 않아서 굉장히 불안했다. 그리고 현재 카타르의 날씨가 꽤 더운 편이어서 힘들었다...경유 대기시간이 너무 길면 밀 바우처를 제공하는 줄도 몰랐는데 내가 하도 서성거리니 직원이 다가와 비행 스케줄을 묻고 설명해주었다. 1 리얄도 낭비하지 않고 탈탈 털어서 쓰고 왔다.
도하-> 인천은 약 9시간 소요 예정이었지만, 8시간 20분 정도 걸려 도착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ABC 좌석 중 A, C(나) 이렇게 착석하게 되어 작은 비행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편안히 왔다. 메인 식사가 제공될 즈음 이미 8시간 가량 굶은 상태여서 도저히 기내식을 먹지 않고는 비행을 버틸 수가 없었다.
메인 식사를 끝낸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계속 잤다.자던 승객들도 깨서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구름을 뚫고 솟아있던 설산.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열 체크, 문진 이후 무증상자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광명역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타게 된다. (자차 이용객이 아닌 경우)
광명역에서도 귀국자는 별도의 칸을 이용하여 오게 되고, 하차해서도 경찰 및 군인들의 안내에 따르게 된다.
하차역에서도 열 체크 후 자가용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은 후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격리 시설로 이동하고, 가능한 경우에는 일단 자차를 이용하여 집으로 이동한다. (차에 탈 때까지 군인과 동행했다)
그런데 최근 하루하루 지역마다 정책이 달라지고 있으니 꼭 본인 지역의 정책을 확인해야한다...
나는 귀국 후 3일 이내에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마쳤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보통 만 하루면 결과가 나온다고 하지만 현재 검사량이 많아 늦을 수 있다는데, 늦고 있다(...)보건소에서는 검사 후 소독제, 손소독제, 소독티슈, 폐기물 봉투 등을 제공했고 자가격리 수칙을 설명해주셨다. 이후 구청에서 따로 연락이 와서 집 앞에 격리지원물품을 두고 갔다.
다시 출국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고 학업도 걱정이긴 한데, 현재 독일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마스크 공급도 중대한 문제지만 식량을 자꾸 사재기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함부로 나갔다가 변을 당할까봐 무서워서 늦었지만 귀국을 결심했다.
오늘로써 자가격리 5일차이고 화장실 딸린 방에서 전혀 나가지 않고 지내고 있다. 식사는 일회용 용기에 어머니가 두고 가주시고 있고 방 안에서 동물의 숲 게임이나 하고 있다.
커피 한잔 내리러 나가지도 못하는게 좀 답답하긴 하다... 그래도 12일까지 외출하지 않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미 2월부터 그러고 살았다...'감자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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