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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 외국인감자칩 2020. 2. 2. 07:21
여긴 아직 1일이니까 1일로 기록하겠음.
독일 내 첫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왔을 때는 베를린과 거리가 멀어서 크게 생각은 안했지만 위생이나 주변 시선을 좀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방금 이런 기사를 보고야 말았다.
https://www.google.de/amp/s/amp.tagesspiegel.de/berlin/polizei-justiz/chinesin-in-berlin-rassistisch-beleidigt-zwei-frauen-gehen-auf-23-jaehrige-an-s-bahnhof-beusselstrasse-los/25498396.html
베를린 내에서 중국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근교에 살다 보니 이런 기사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공포에 기반한 혐오는 정말 빨리 퍼지는 것 같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혐오 사건을 접했을 때에도 슬펐지만 폭행 사건까지 일어나니 이제 그저 참담하다.
저 사람들이 진정 바이러스가 두려웠다면 때릴 것이 아니라 말도 안 걸고 피해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러스는 인종차별을 당당하게 할 핑계였을 뿐이다.
이 곳에 오기 전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은 동독 지역이라 인종차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있다. 지금도 학교 안팎으로 가벼운 농담이든 노골적인 농담이든 차별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잦아질 것 같아 두렵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혐오를 조장하는 글을 보게 되는데, 중국 음식을 불매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크게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나만 코웃음 치고 있었다. 다들 진지하게 불매를 한다. 당장 가까운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외국인을 혐오하는 말을 한다. 나도 독일에 사는 외국인인데!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 앞에서라면 혐오하는 말이 남의 얘기가 될까? 없던 얘기가 될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혐오는 어느 사회에서든 결국 최약자를 향한다고 믿는다. 그들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에도 이 동네에서는 아시아인이 드문 편이라 어딜 가도 시선을 받는 편이었지만, 어제 쇼핑몰에 갔을 때는 이전보다 확연히 시선을 많이 받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아무도 마스크는 안 낀다.) 데엠이나 로스만에 가면 항상 마스크와 세정제 등은 품절이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 지 무척 신경이 쓰이고, 더 이상 비극적인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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